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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의 한 중소도시에서 올라와서, 서울이라는 곳에 적응하기까지 길다면 긴 시간이 걸렸다.
촌에서 올라온 재수생 눈으로 본 서울이라는 곳은, 밥값, 집값이 비싸고, 잘난 사람들만 있는 곳이었고,
지방에서는 재능있다고 다들 칭찬해주고 집도 평범하게 그럭저럭 산다고 생각했던 나는,
서울에서는 화장도 안해보고 옷도 촌스럽게 입고다니는 가난한 고학생 취급을 받았다.
재수를 준비하던 시절 내가 살던 고시원 한뼘 남짓한 창문 너머로 늘 볼 수 있었던,
원하던 학교에 입학하고나서는,
서로 별로 관심도 없어보이고 수업끝나면 집가기 바쁜, 정이라곤 눈꼽만큼도 없어보이는 대학 친구들,
그리고 겉으로는 지방친구들과 비슷하게 생겼는데
집안은 넘사벽으로 잘사는 친구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보면서 충격을 받았다.
2008년에 올라왔는데, 어느덧 2015년 중반이다.
억지로 바꾸려고 한 것은 아니지만 말투도, 입는 옷도, 행동도 어느새 서울 사람이 되어가고,
이제는 "당연히 서울 사람인 줄 알았어!" 라는 말을 듣곤한다.
말투와 외모를 바꾸는 데 5년 남짓이 걸린 것 같다.
지방에 살때는 그렇게도 서울에 가고싶었는데, 막상 와보니 이곳에서 향유할 수 있는 문화적 특혜는 확실히 지방보다 많아서 좋았지만,
나 자신을 비롯한 우리나라 사람들이 스스로 믿고 무엇인가를 해내고자하는 마음가짐이나 여유가 많이 부족함을 느꼈다.
그리고 그런 부족함에서 오는 많은 부정적인 작용들이 사회 전반에 속속들이 존재하고있다.
물론 개인의 탓이라기엔, 지금 사회가 팍팍한 것은 사실이다.
사회적으로 부정부패가 너무 심하고, 자신이 건너온 돌다리들은 다 없애버린다.
스스로 믿고, 사회의 정의나 보장제도를 믿고 무언가를 해보기에는 너무나도 리스크가 크다.
내가 외국에 가고 싶은 이유는 스스로 믿고 주체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 당연한 곳을 '겪어'보고 싶기 때문이다.
서울에 올라와 사람들의 외모나 거리의 모습, 라이프 스타일에서 많은 충격을 느꼈던 것처럼,
다른 나라의 시민의식과 질서, 개념, 가치관 등에서 많은 충격을 느낄 수 있겠지.
그리고 그 충격을 너머 그들과 자연스럽게 융화되기까지는 또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단순히 외적인 부분만이 아닌 내적인 사고방식의 변화를 요하는 일일테니, 아마 서울에 적응한 기간보다 더 길지도 모른다.
6월 말에 있을 한달 간의 유럽여행 때, 카우치 서핑을 하면서, 어떤 나라가 이런 게 잘 되어있는지 몸소 느껴보고 싶다.
한달.. 너무 짧을 거 같아서 아쉽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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