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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생리컵이 너무 좋다.


가끔 내가 초경을 시작한 무렵 생리컵을 알았더라면 내 삶의 질이 얼마나 달라졌을지 상상해보곤 한다.




나는 또래 친구들보다 초경이 늦은 편이었다.


월경이 어떤 느낌인지 너무 궁금해서 친구들에게 어떤 느낌인지 물어보고 다니곤 했다.


그 질문에 친구들은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뭐 그냥 있으면 나와..." 라는 식으로 얼버무리기 일쑤였다.




생리대 -> 탐폰 -> 천 생리대 -> 생리컵 순서로 월경 용품을 사용해보고,


월경 용품에 따라 이렇게 큰 차이가 있음에 월경 용품과 내 몸에 저절로 관심이 많이 생겼다.


새로운 사실들을 알아가면서 "왜 이렇게 중요한 걸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지?" 라는 의문이 많이 들었다.




인터넷이 발달해서 맛집 공유나 화장품 리뷰가 활발한 지금에도,


여전히 월경, 월경 용품에 대한 전문 정보나 후기 등이 턱없이 부족한 것을 보면 신기하다.


인구의 반은 여성이고, 여성 대부분이 월경을 하거나 했는데, 왜 이렇게 정보가 부족한지.


 


"생리", "월경"은 정말 터부시 되어있는 정보인 것 같다.


"생리", "월경"이라는 단어는 아직까지 많은 사람들을 곤란하게 한다.


이 단어들을 꺼냈을 때 어떤 이들은 말이 없어지고, 어떤 이들은 마주치고 있던 눈을 피한다.




이런 곤란함은 남녀를 불문한다.


여중 여고 그리고 남녀비율이 1:10인 학과를 나와서 계속 여초 사회에서 살아온 나도


생리에 대해 대놓고 말하지 않는 것이 상식임을 눈치껏 배워왔다.



생리통이 있어도 생리통이 있다고 말을 못하고, "배가 아파요" 라고 해도 못 알아 들으면 "[그날]이예요" 라고 한다.


생리대를 안가져 오면 친구에게 귓속말로 "너 혹시 [그거] 있어?" 라고 하면 거의 대충 알아챈다.


그래도 모르면 "대~ 있어? 대?"라고 말한다. 절대 풀네임은 거론하지 않는다.


이것 참.. 생리가 볼드모트도 아니고..




아무튼, 생리컵과 천 생리대를 알게 된 이후로


생리컵에 관한 정보를 알리는 프로젝트도 하고, 주변에 생리컵을 홍보(?)하기도 하고,


일부러 더 공공연하게 이야기 하고 있는데,


신기한 것은 이렇게 대놓고 이야기하기 시작하니


나의 부모님도 친구들도 나와 같이 다른 사람들에게 대놓고 이야기하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작은 변화이지만 신기하게 생각하고 있다




나는 매달 생리컵을 사용하면서 매달 "생리컵 발명한 사람은 정말 노벨상을 줘야해" 라고 말하고 다니고,


여성의 몸과 생리, 생리용품에 대한 연구나 정보가 정말 놀랄만큼 부재함을 느끼고 있으며,


매일 좀더 생리에 대해 공공연하게 이야기하는 문화를 바라고 있다.


나의 사춘기 때와는 달리 자라나는 세대들은 생리를 생리, 월경이라 말할 수 있는 문화 속에서 자라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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