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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돈 몇천원이면 살 수 있는 저렴한 생리컵들이 있다니! 

홈페이지가 잘 갖춰진 브랜드 생리컵들을 구매하는 데는 제품 가격+해외 배송비까지 해서 4~5만원 정도가 든다. 내가 잘 쓸 수 있을 지 알 수 없는, 게다가 직접 보고 고를 수도 없는 제품을 해외직구로 구매하는 것은 솔직히 부담스러운 일이다. 그런 입장에서 알리익스프레스나 이베이 등 오픈마켓에서 파는 단돈 2~3천원짜리 생리컵은 "나도 생리컵 한번 써볼까?" 생각했던 사람들에게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검색해보니 이미 많은 분들이 저렴한 생리컵을 구매해서 사용하고 있는 것 같았다. 3천원이면 생리컵을 살 수 있다니 나도 호기심이 발동하여 지난 3월에 알리에서 7곳의 상점에서 파는 11개의 생리컵을 구매해보았다. 3 ~ 4주가 넘어가니 2 곳을 제외한 7 곳의 상점에서 배송이 왔고, 총 9개의 생리컵들이 도착하였다. 몇몇은 가격에 걸맞는 얇은 포장으로 인해 컵 부분이나 꼬리 부분이 휘어져 있었지만 대부분은 반듯한 형태로 잘 도착했다.








저렴한 생리컵을 쓰면 몸에 안좋지 않을까?


나는 생리컵을 사용하기 얼마전부터 계속 월경과 월경용품에 대해 공부해왔다. 알리에서 생리컵을 주문하고, 받아보기 까지의 3주 남짓의 기간동안에도 생리컵에 대해 계속 정보를 찾아다녔다. 나는 생리컵에 관해 무지 궁금한 게 많았고, 한글로 된 정보나 논문 등의 전문 정보는 거의 없다시피했다. 생리컵에 대해 다루는 외국 온라인 사이트나 포럼을 구글 번역기의 도움을 받아 기웃거리기도 하고, 식약처, 유한킴벌리, 소재연구가 등이 한자리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인 여성환경연대가 주최한 [월경용품 간담회]에 가보기도 하고, 이지앤모어의 [월경컵 수다회]에도 갔다오고 생리컵 덕질의 나날을 보냈다. 



결론부터 말하면 나는 저렴한 생리컵이 안전하지 않다고 단언할 수 있는 사람은 현재 아무도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저렴한 생리컵이 안전하다고 단언할 수 있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인증 받지 않은 제품 = 건강에 안좋은 제품"이라는 말은 아니라는 것.




여드름이 났을 때, 여드름이 난 원인을 "베개 커버가 더러운가?", "새로 산 화장품이 안 맞나?", "생리할 때가 다가오나?" 등 여러 가지로 추측해 볼 순 있지만, 피부과 의사조차도 "당신이 여드름이 난 건 기름진 음식을 먹어서입니다."와 같이 내 여드름의 원인을 한 가지로 규정할 순 없다. 이처럼, 생리컵을 포함한 월경 용품과 "건강"도 1:1의 인과관계가 성립하진 않는다. 상세 정보가 제대로 표기되지 않거나 소재의 안전성을 확인할 수 없는 저렴한 생리컵을 사용한다고 했을 때 건강에 문제가 생길 지 여부는 정말 "알 수가 없" 것이다. 


저렴한 생리컵이 다 나쁘고 건강에 안좋다는 것이 아니다. 또한 FDA에 시판전 신고를 한 생리컵들이 다 안전하다는 것도 아니다. 다만 FDA 등 인증서를 확인할 수 있는 브랜드 생리컵에 비해 상세 정보가 거의 없는 저렴한 생리컵을 사용했을 때 감안해야하는 것들은 있다.







저렴한 생리컵을 살 때 감안해야하는 것,

기재된 소재, 사이즈, 인증 등의 사실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는 것.

안알랴줌ㅎ


생리컵을 편하게 사용하기 위해서는 컵의 길이와 용량, 손잡이의 길이 및 형태 등 다양한 정보가 필요하다. 하지만 저렴한 생리컵을 판매 중인 페이지에서는 실제로 배송이 오는 제품과 다른 제품의 사진을 사용하는 곳도 있었다. 또한 배송이 오는 박스의 사이즈가 표기되어있는 곳은 있었지만 정작 중요한 생리컵의 크기나 용량을 적어 놓은 곳은 드물었다.








특히, 의료용 실리콘을 사용했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는 것은 많이 아쉽다.


...확인할 방법이 없다.


알리나 이베이에서 파는 저렴한 생리컵들 중에선 "100% 의료용 실리콘으로 만들었다."고 적힌 제품이 많다. 하지만 정말 의료용 실리콘으로 제작되었는지는 확인할 길이 없다. 상세 정보에 줄줄이 붙어 있는 인증서들도 소재에 대한 증명서가 아닌 경우가 많다. 생리컵에 소재에 대한 인증이 아니라 다른 용도로 인증을 받은 것이라든지 다른 브랜드 생리컵의 인증서를 복사해서 쓴다든지 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만약 진짜 의료용 실리콘으로 만들었으면 자랑하고 싶어 해당 인증서를 올려놓지 엉뚱한 인증서를 올려 놓진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의료용 실리콘을 사용하지 않음"이 건강에 나쁘다는 것을 직접적으로 의미하진 않지만, 체내에서 사용했을 때의 안전성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것은 사실이다. 










결론


알리익스프레스나 이베이 등에서 파는 몇천원에 살 수 있는 생리컵도 번듯한 홈페이지와 인증서를 확인할 수 있는 브랜드 생리컵만큼 좋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저렴한 생리컵이 사이즈나 용량, 인증 번호 등 구체적인 스펙을 적어 놓지 않아서 각자에게 딱 맞는 제품을 구입하는 것도, 안전성에 대한 신뢰를 갖기도 힘든 상황이다.


저렴한 생리컵을 사서 생리컵이 어떻게 생겼는지 구경이나 해보자! 라는 마음으로 시도해볼 수는 있겠으나, 나의 몸에 대한 충분한 고민 없이 고르는 제품이 몸에 잘 맞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다. 당연하게도, 어떤 생리컵을 사서 쓰느냐는 각자의 선택이지만, 나는 한번 사면 10년 이상 쓸 수 있는 제품이니만큼 적어도 FDA에 시판 전 신고라도 한 브랜드의 제품으로 사용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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