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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포그래피와 친해지고 싶어서 갔습니다.


저녁 5시 무렵, 외주 일을 끝내고 타이포그래피서울(www.typographyseoul.com)을 뒤적거리다가,

이 전시에 대해 보고는 가기로 마음먹었다.


나는 학부 때 타이포그래피와 편집 수업을 수강했고, 몇 권의 타이포그래피 서적을 찾아 따로 공부도 했지만,

아직 타이포그래피나 편집디자인에 관해서는 누군가에게 자신있게 보여주고싶다는 생각이 안든다.

일러스트레이션이나 여타의 디자인 분야와는 달리,

타이포그래피와 편집디자인에 무언가 엄청난 법칙들이 있고,

그 법칙을 지키지 않으면 반역자 취급을 받을 것만 같다는 두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책 <The Typography> 10-11p에 이지원 국민대학교 시각디자인학과 교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만약 어떤 디자이너 가 ‘제대로 배운 적이 없으니 이제라도 배우고 싶다’라고 한다면 그것은 문제가 된다. 그래픽디자이너로, 교육자로 활동하면서 나는 이와 같은 아쉬움을 가슴에 담은 디자이너를 자주 만난다. 이미 전공 학위를 취득한 사람이 교육의 부족함을 느끼는 이유는 무엇일까? 습득할 지식이 많고 실습 과정이 어려운 탓을 하기에는 뭔가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 왜냐하면 공부를 시작하는 이들이 호소하는 어려움은 전공지식의 방대함이 아니라, 전공 지식의 부재이기 때문이다. 서점에 실기 지침서가 몇권 꽂혀있지만, 그 책들은 한결같이 너무 뻔한 사항을 나열하거나, 두 시간만 투자하면 머리에 넣을 수 있는 빈약한 이론을 내보일 뿐이다.

 

하. 저 "어떤 디자이너 "가 바로 나다 ^^

아무튼 이렇게 늘 타이포그래피에 관해 헛헛함을 느끼는 나로서는,

다양하고 자유로운 작품들을 많이 보는 게 약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서

따뜻한 온수매트에서 나와서 발걸음을 재촉했다.










이런 전시였습니다.


이 전시는 뉴욕에서 활동하는 비영리단체인 'Stigma and Cognition New York'에서 기획하여,

신사동 Fifty Fifty 라는 샵의 전시 공간에서 진행되었다.


집에 온 후 관련 기사를 찾아보았다.


2014년, 이미 뉴욕에서 성공적으로 진행된 바 있는 이번 전시는 다른 듯 같은 뜻을 가지고 있는 각국의 문구들을 짝으로 엮어 한국과 외국 작가들이 타이포그라피 형식으로 작업한 작품들이 전시된다.  각국의 언어로 디자인된 두 작품을 통해 서로의 문화에 대해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며, 각국의 문화 사이의 간격을 좁힐 수 있을 것이다.

출처 - http://foundmag.co.kr/583926


전시회를 기획한 ‘S&C NY’ 소속의 홍보 담당 김동호씨는 "한글과 영어, 한국문화와 외국문화 사이에 존재하는 거리를 최소화하여 궁극적으로는 한글을 거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목적이며 이번 전시회의 교류를 통해 한글과 한국을 이해하고 서로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소통의 도구로써 전시회를 열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S&C NY’는 2012년 뉴욕 주에 정식 등록된 비영리 단체로 여기에 속한 멤버들은 광고, 마케팅, 디자인, 금융 등 다양한 분야에 종사하며 각기 다른 전문성을 적극 활용해 더 효과적인 문화 교류를 만들어 나가고자 결성됐다.

출처 - http://view.asiae.co.kr/news/view.htm?idxno=2015032015101924572



FIFTY FIFTY 페이스북 페이지에 있는 작품들보다 많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그렇진 않았다.

전시장에서 직접 찍은 사진들을 올려본다.




전시장 입구 포스터 

모듈로 이루어진 글자들. 한글인 '다른 듯 같은 뜻'에 쓰인 블럭의 종류 및 개수와,

영어인 'FOUND IN TRANSLATION'에 쓰인 종류 및 개수가 같다고 한다.






전시관람 중반의 '뜻밖의 도슨트' 

전시 기획을 담당하셨다던 분께서 관람중이던 학생들을 대상으로 뜻밖의 도슨트를 해주셨다. 얻어 걸렸다. 럭키! X)

신고 계신 구두가 너무 예쁘고 탐나서 사진 구도가 이렇게..






보자마자 OMG! 보고 있으면 더 OMG! - Steven Wilson, <OMG> 

와 이거 신기해서 계속 보고 있다가 눈알이 아파왔다. 말 그대로 OMG다.






김희준,<불금> / xaber, <TGIF> 

금요일에 관한 두 나라의 인식 차이를 볼 수 있어서 재밌었던 작품!

우리나라는 "불금이다 이얏호 나가 놀자!" 체력, 신남지수 만땅인 반면에,

외국은 "오~ 드디어 금요일이라니 신이시여 감사합니다 ㅜㅠ!" 마음은 신나지만 몸은 녹초가 된 느낌!?







김양진, <인생이 그렇지 뭐> 부분 확대

여기 전시 포스터들 전체적으로 인쇄가 너무 예쁘게 되었다. 밀도 백프로. 판화로 찍은 듯한..

그런 느낌이 예뻐서 확대샷!







Ari Weinkle, <It is what it is> 부분 확대

위의 작품과 짝꿍인 작품.

그런데 이 작품은 의도를 파악하지 못한채, 이 형태에 대한 궁금함이 남아있다.

이게 뭘까.. 전선 같기도 하고.. 왜 이렇게 3d printer 처럼 적층하여 형태를 만든거지?

기획담당하신 분께 여쭤보고 올걸 그랬다.






스튜디오 코우너스 <수리수리마수리>, Jon Contino <It is what it is>

핫핫. 내가 재밌게 본 작품. 오른쪽 작품은 뭔가 동굴 벽화 같기도 하고,

저런 느낌을 현대인이 구현해냈다는 거 자체가 너무 귀엽고 재밌었다.

그리고 왼쪽 작품은 글자가 물구나무를 서있어서 + 반복되는 글자가 많아서

어떤 방향으로 읽어야 될 지 많이 헷깔렸던 작품인데,

나중에 읽는 방향을 찾았을 때 쾌감이 느껴졌던, 게임같은 작품이다.









Drew Melton <All bark and no bite>

요즘의 시대 상황과 비슷한 거 같아서 보면서 씁쓸했던 작품..

그리고 난 짖지도 않는 개 중의 하나.






판매중인 스티커가 부착된, 영상 상영용 Macbook

스티커 부착된 상태가 예쁘지만 순정이 좋은 나는 사진 찍고 탐만 내고 있었다.

스티커를 사오긴 했음; _ ;





윤민구 <해장술>

ㅎ만 만들어 놓고 폰트화가 힘들어서 묵혀두었는데, 이번 전시를 통해 '해장술' 세 글자를 완성하셨다고 한다.

구름 두둥실, 동양의 느낌 물씬.







Tony Di Spigna <Less is more>Less is more(Tony Di Spigna)

나는 잘 몰랐지만, 이쪽 분야에서 레전드 급이라는 분의 작업.

Less의 E를 빼서 less를 더 less하게 만들고,

More에 E를 더해 more을 더~ more하게 만든 간결하고 신박한 작업.









타이포그래피와 조..조금 친해진 것 같습니다.


나를 헛헛하고 두렵게 만드는 '법칙'들에서 벗어나, 재밌게 볼 수 있었고

더불어 다른 문화권에서 비슷한 속담이 있다는 것에 대한 신기함과,

비슷하지만 오묘하게 다른, 뉘앙스를 느끼고 왔다.



참, 전시가 무료였다. :)

재밌게 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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